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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diary

연수 11일차 ~ 응시

이른 새벽에도 쉽사리 잠들지 못한 덕에 하루 종일 피곤하다. 강의가 귀에 촉촉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피곤함이 거부하는 닫힘.

계단을 따라 꽤나 높은 곳에 오른다.
무릎 정도의 난간벽이 꽤나 위험스럽다. 살짝 몸이 떨려온다. 피곤할 땐 역시나 좀더 세삼하게 발을 내디뎌야 한다. 고개를 빼고는 발 아래로 펼쳐진 도심의 귀가길을 본다.

멀치감치 떨어져 내려다본 도심에서의 일몰이 얼마만인가. 더울 땐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 내겐 더 적절하다. 심호흡을 하고는 휴대폰으로 오늘 맞이할 야경을 준비한다.

오늘은 온통 내게 주어진 것들을 맞이하려 한다. 딱히 준비해야 할 것도 없고 그리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있는 그대로 시신경을 따라 들어온 풍경을 따뜻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애초부터 그런 마음을 먹어서인지 대기상태가 조금 나빠도 그다지 개의치 않기로 한다.

다시금 긴장감이 몰려든다. 카메라를 꺼내어 작은 플레이트를 끼우고는 가느다란 내 종아리 굵기의 삼각대에 몸을 의지한다. 미리부터 가까운 곳은 내려다보지 않으리라 생각을 해서인지 먼발치로 보이는 남산과 N타워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산허리로 가늘게 이어진 도로 위로 차들이 넘나들고 밤을 준비하려는 듯 도심은 하나둘 불을 준비하고 있다.
경적을 눌리며 지나는 차들의 헤트라이트가 켜지고 끝을 알 수 없는 빛줄기가 어지럽게 다가온다.

몇 컷을 담고 가만히 앉아 도심을 응시한다. 오늘은 사방으로 펼쳐진 이 야경을 온전히 받아들여 심지어는 집어삼킬 정도의 마음으로 보낼테다.

촉촉한 바람이 뺨을 스치운다.
아! 여름이구나. 

[스마트폰으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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