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접사

안인진에 가다

인생은 아름다워77 2014. 1. 2. 23:21

외로워보이는 강태공이 바다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다.

대를 쥐고 두어 번 흔들고는 바다를 바라보더니 이내 시선을 거둔다.

월척이라도 걸렸으면 하는 눈치는 분명 아니다.

슬며시 물러나와 어구를 챙겨 서둘러 그 자리를 빠져 나간다.

나의 렌즈가 그에게 총구처럼 겨누어져 급히 피신이라도 하려 했던 것일까?

 

시선을 거두어 정동진 쪽 언덕 위의 크루즈호를 본다.

애초부터 바다엘 나갈 생각은 없었던 녀석이다.

늘 바다를 굽어보며 일렁임을 꿈꾸는 이들의 평안한 휴식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다.

반대도 심했고, 개인적으로는 아직도 받아들이기 힘든 그 거대한 몸뚱아리를 먼 발치 안인진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게 웬일인가!

술에 걸죽하게 취한 한 행인이 바닷가 바위 위에 올라 오줌발을 갈기고 있다.

힘은 분명 없었던 것 같다.

오줌줄기가 수직 기준 15도를 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잠시 그를 쏘아보았다.

나의 발목을 적시던 파도에 그의 오줌이 묻어 있을지도 모른다.

기분이 나빴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

미처 감지 않은 머리에 깊게 덮어쓴 모자창 바로 아래로 나의 눈이 번득인다.

무언의 응시에 그는 내게로의 시선을 이내 거둔다.

마치 용납할 수 없는 단호함과 의지를 느낀 것인가!

 

딸아이의 학원이 끝나려면 아직 50분 이상이나 남았다.

잠시 바위 위에 걸터 앉는다.

10미터 앞 바위 위로 갈매기라도 몇 마리 걸터 앉기를 바랬는데 예전과 다른 행동에 잠시 아쉽다.

 

세상 일이 그러한가!

내가 기대하는 것들, 내게 주어지는 상황들.

그 속에서 난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걸까.

 

가야 한다. 딸아이가 급히 부른다.

 

 

[안인진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