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접사
11시 단상
인생은 아름다워77
2014. 1. 6. 22:59
11시 단상
창문을 열어 두었는 지 온열매트 위로 작은 추위가 내려 앉는다.
늦은 저녁 용변도 제대로 보지 않아 이른 새벽부터 눈이 떠진다.
새벽에 잠이 들어 새벽에 깨는 꼴이라니 주어진 시간 무지하게도 보낸다.
누가 보면 열혈남아라 하겠구만 무겁게 내려앉는 피곤함에 비할 바는 아닌 듯 싶다.
작년 이맘 때였나보다.
회색빛 모래 위로 솜털같은 눈이 가만히 내려 앉아 있고 지나던 갈매기가 유독 소리높여 울부짖던 날.
작은 파도가 일고 온 몸을 휘감는 추위에 오래도록 서있지도 못한 안인진.
내딛는 발끝마다 가식과 무거움을 애타게 누르고 눌렀건만
만선을 꿈꾸며 바다로 나가는 배 위에 뱃고동 소리 길게 퍼지니
화들짝 놀라 발걸음을 옮겼었다.
발바닥에 붙은 가식과 무거움이 그 무게를 이기고 발등을 거슬러 온 몸으로 퍼졌다.
이른 아침의 상쾌함은 잠시였을 뿐 거머리처럼 달라붙은 이 놈들은 어떻게 떼어내나 고심하며
한달음에 집으로 돌아오던 날.
늦은 밤 의자에 앉아 잠시 고개를 쳐들었더니
떼내지 못한 가시과 무거움이 지붕위에 가득 매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