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접사

봄의 전령사 - 솔향수목원

인생은 아름다워77 2014. 4. 20. 23:33

답답했다. 머리가 온통 복잡함 투성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이 진정 가치로운 일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일었다.

내가 만들어 가는 삶인지, 세련된 제조 공정에 놓여진 삶인 지도 불분명했다.

요 며칠간 통 잠을 이루질 못했다.

평소 잘 꾸지도 않던 꿈을 꿀 때면 이른 아침 무거워진 몸뚱이에 피곤함이 가득했다.

몇 시간 동안 눌려진 팔목이 저려오지만 5분 동안 가만히 있으면 그런대로 나아지긴 했다.

조금, 아니 많이 예민해진 탓이다.

 

여울목을 지나가려던 수목원 길에서 잠시 노정을 틀었다.

분명 발목까지 적실 시원함이 스미겠지만, 몽롱한 정신을 조금은 번쩍 일깨워주기도 하겠지만

오늘만큼은 싫었다.

몇십 미터만 더 걸으면 올라갈 수 있는 보도블럭 길을 따라 다리를 지났다.

그동안 많이 걷지를 않아서인지 목구멍까지 마른 숨이 올라왔다.

"휴우~~"

 

이 작은 오솔길 하나를 걸어도 평온한 심장 상태, 가쁜 숨을 몰아 쉬는 흥분 상태, 고뱅이를 지나 무심코 올라가기만 하면 숨이 턱하니 막히는 상태.

삶은 이러한 상태들의 변화속에서 적응하며 일구어진다.

 

봄이 되면 꽃이 피고, 신록이 푸른 여름을 지나 그 아름다움이 절정을 이루는 가을 어드메께에서 자연은 겨울 준비를 한다.

자신에게서 잉태된 그 아름다움을 애써 벗어던지며 또다른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 자연의 봄을 느끼면 좀 시원해지기라도 할 것처럼 달려왔는데

온통 답답함만 안고 돌아가야했다.

 

오늘도 잠자기는 글렀다.

 

[솔향수목원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