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내리는 날

딱 고민치 내리는, 결국 맞아도 그리 축나지 않을 정도의 빗줄기가 내렸다. 극기야는 그 자취조차 감추고 말 것임을 잘 알기에 실비 정도는 낭만이라 생각하며 받아들였던 스무 살의 추억.

여덟 시만 되면 인적이 끊기는 백오로 길가 모퉁이에 너덧 개의 탁자와 작은 밀실이 있는 막걸리집에 들렀었다.

모처럼 동료들과 함께 한 시간이었던지라 오후부터 한껏 흥을 내며 놀았는데 관사 근처로 오기도 전에 비가 내렸었다. 공사 중인 고속도로의 칠흙같은 바닥 소음을 들으며 혹시 사고라도 날까 싶어 조바심을 내며 왔더니 미리부터 내린 비가 여전했다.

슐 한 모금도 사약같은 내게도 가끔은 갈증나는 목구멍을 달래줄 막걸리 한 사발이 땡기는 날이 있다.

오늘은 미리부터 취해 부대끼는 속을 달래며 아장아장 관사로 들어왔더니 비오던 날 마셨던 막걸리 한 사발이 슬며시 기억을 차고 떠오른다.

오래된 추억을 떠올리는 흐뭇함으로 언제고 가까운 시일에 막걸리 한 병 정도는 흥겹게 마실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선술집처럼 부담없는 곳에서 골뱅이무침에 얼큰한 콩나물 한 그릇으로 막걸리 한 사발을 꼭 들이키고 말테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