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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인생은 아름다워77
2018. 3. 22. 00:43
별 생각없이 무작정 걷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무념무상인 경우는 드물다. 판단을 유보하고 속단을 금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리 많은 시간에 할애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길가로 놓여진 자연물과 인공물을 그저 바라보며 걸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름 모를 꽃이나 어떤 경우에 쓰는 지에 대한 쓰임새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그저 생긴 그대로 보고 시선을 거두는 것이다.
출장길에 처음 타 본 KTX에 대한 기대가 커서였는지 내려오는 길엔 강변역 동서울터미널을 이용하기로 헸었다. 모처럼 올라온 길이니만큼 디리 아플 정도로 서서 지하철도 타고 지하도를 따라 늘어진 상점을 지나며 물건 구경이며 사람 구경하는 것이 참 오랜만에 맛보는 여유였다. 이번 기회에 내가 나에게 여유를 선물하고 싶었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나가야 할 무렵 나의 발길을 끄는 점포가 하나 보였다. 알라딘중고서점이었다. 말로만 들었던 곳이 이렇게 눈앞에 보이니 방앗간 지나는 참새마냥 발길을 멈추고 개방된 공간속의 타인들을 본다. 특이한 것이 중고서점이면 책을 많이 살 듯이 보였는데 대부분 커피 한 잔에 책을 몇 권 챙겨 열심히 독서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남여노소 불문하고 구입보다는 독서에 열을 올리며 몇시간씩 그곳에 머문 듯한 사람도 보였다. 테이크아웃 종이컵 테두리로 마른 커피 자욱을 보니 적어도 한 시간이 이상은 머물지 않았을까?
앞장마저도 구겨지지 않은 몇 권의 책을 들고는 잰 걸음으로 매장 곳곳을 누볐다. 모처럼 맞이한 득템의 기회를 놓칠까 싶어 조바심을 내며 말이다. 결국 손이 놓인 책은 욕심을 부려 골라 놓은 책들의 딱 절반이었다. 세 권을 합쳐 16500원이면 거의 책 한 권 값이다. 정가의 절반 이하의 구겨지지 않은 책이 주는 즐거움은 구입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족했다.
한 권은 출퇴근길 약간의 짬이라도 나면 읽으려고 조수석 시트 위에 고이 놓고 한 권은 아들 녀석 공부방 바닥에 두었다. 그 위로 매일 주머니에서 꺼내는 담배와 라이터, 동전과 충전배터리, 지갑을 올려놓으니 그대로 다른 옷에 옮겨담아 출근하기에 딱 좋다.
마지막 한 권은 딸이이가 애용하는 안방 침대 머리맡에 두었다. 부탁 겸 강요로 오늘만큼은 딸아이와 잠자리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사온 뒤 거실에서 아내와 아들과 함께 진 기억 밖에 없었는데 모처럼 안방 침대를 뺏고 나니 은근 심심하다.
아직 제대로 펼쳐보지도 않은 책이 머리맡에 놓여져 있고 갑자기 커피 한 잔이 마시고 싶어졌다. 잠시나마 그 첫장을 떼야 잠자리에 들 것만 같아서 말이다.
길가로 놓여진 자연물과 인공물을 그저 바라보며 걸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름 모를 꽃이나 어떤 경우에 쓰는 지에 대한 쓰임새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그저 생긴 그대로 보고 시선을 거두는 것이다.
출장길에 처음 타 본 KTX에 대한 기대가 커서였는지 내려오는 길엔 강변역 동서울터미널을 이용하기로 헸었다. 모처럼 올라온 길이니만큼 디리 아플 정도로 서서 지하철도 타고 지하도를 따라 늘어진 상점을 지나며 물건 구경이며 사람 구경하는 것이 참 오랜만에 맛보는 여유였다. 이번 기회에 내가 나에게 여유를 선물하고 싶었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나가야 할 무렵 나의 발길을 끄는 점포가 하나 보였다. 알라딘중고서점이었다. 말로만 들었던 곳이 이렇게 눈앞에 보이니 방앗간 지나는 참새마냥 발길을 멈추고 개방된 공간속의 타인들을 본다. 특이한 것이 중고서점이면 책을 많이 살 듯이 보였는데 대부분 커피 한 잔에 책을 몇 권 챙겨 열심히 독서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남여노소 불문하고 구입보다는 독서에 열을 올리며 몇시간씩 그곳에 머문 듯한 사람도 보였다. 테이크아웃 종이컵 테두리로 마른 커피 자욱을 보니 적어도 한 시간이 이상은 머물지 않았을까?
앞장마저도 구겨지지 않은 몇 권의 책을 들고는 잰 걸음으로 매장 곳곳을 누볐다. 모처럼 맞이한 득템의 기회를 놓칠까 싶어 조바심을 내며 말이다. 결국 손이 놓인 책은 욕심을 부려 골라 놓은 책들의 딱 절반이었다. 세 권을 합쳐 16500원이면 거의 책 한 권 값이다. 정가의 절반 이하의 구겨지지 않은 책이 주는 즐거움은 구입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족했다.
한 권은 출퇴근길 약간의 짬이라도 나면 읽으려고 조수석 시트 위에 고이 놓고 한 권은 아들 녀석 공부방 바닥에 두었다. 그 위로 매일 주머니에서 꺼내는 담배와 라이터, 동전과 충전배터리, 지갑을 올려놓으니 그대로 다른 옷에 옮겨담아 출근하기에 딱 좋다.
마지막 한 권은 딸이이가 애용하는 안방 침대 머리맡에 두었다. 부탁 겸 강요로 오늘만큼은 딸아이와 잠자리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사온 뒤 거실에서 아내와 아들과 함께 진 기억 밖에 없었는데 모처럼 안방 침대를 뺏고 나니 은근 심심하다.
아직 제대로 펼쳐보지도 않은 책이 머리맡에 놓여져 있고 갑자기 커피 한 잔이 마시고 싶어졌다. 잠시나마 그 첫장을 떼야 잠자리에 들 것만 같아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