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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입추에 앞서

인생은 아름다워77 2018. 8. 6. 10:09

폭염의 기록이 바뀌고 있다.

전국적으로 기상관측소가 생긴 이래 최고기온을 경신한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다. 

7월부터 무더위로 시작하더니 여름이 끝나고 가을의 초입에 들어선다는 입추가 바로 내일인데 어째 그 기운이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며칠 동안 엄청난 무더위에 낮과 밤을 흘려 보냈다. 쉽게 감기지 않는 눈을 방바닥 베개 더미에 묻고 애써 잠을 청해 봐도 몇십 분간은 온몸을 뒤척이기 일쑤였다.

모처럼 긴 시간 해외로 여행간 아내가 남겨둔 딸아들은 내가 어렸을 적 그 아이들이 아니다.

전기요금 폭탄을 걱정할 새도 없이 일단은 살고 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에어컨을 가동해 본다.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 실외기 소리를 듣고 나면 그 진동과 소리에 놀랄 것 같은 아래층 집에 미안함이 든다. 

더이상 늦은 밤이 되기 전에 초강력 바람을 만들어 두고는 선풍기로 거실 대기를 순환시켜주면 그나마 한두 시간은 제법 선선하게 보낼만 하다.

 

무더위에 놀란 아이의 눈빛으로 오늘도 일부러 하품을 해대며 잠자리를 청해 보았지만 쉽지가 않다.

새벽이 되기도 전에 천둥번개가 치더니 맞장구를 치며 소낙성 폭우가 내린다.

겨우 잠자리에 들어 아침에 눈을 뜨니 가까운 거리에 사시는 어머니께서 손녀의 생일기념으로 미역국과 불고기 전골을 해서는 이른 아침 방문을 하셨다.

시간은 8시가 지나가고 있는데 지난 밤 취침이 늦었던 탓에 아침부터 피곤함이 가득이다.

 

가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리도 간절하건만 쉽사리 더위가 가시지 않는다. 시원한 비라도 내리면 좋으련만 대기온도를 그대로 머금은 비가 대지를 적시고 온몸을 누르니 그야말로 또다른 더위가 따로 없다.

 

옥상 근처로 난 계단에서 물끄러미 옥상을 보며 본다.  

술도 못하는 내가 오늘 저녁은 딸 생일상으로 피자를 시켜줄 생각인데 시원한 탄산음료 대신 맥주라도 한 잔 해야할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