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접사

안반데기의 새벽

인생은 아름다워77 2019. 5. 12. 03:53
둔하고 무거운 일상이다. 눈 감기 쉽지 않고 눈 뜨기도 곤하다. 모처럼 쉬어보자던 주말의 아침부터 직장으로 달려갔다. 미루어둔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부담되는 일이 주는 긴장감은 잠깐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을려나 보다.

자정을 지나 음악프로그램을 보다가 갑작스레 안반데기에 가고 싶어졌다. 은하수 촬영의 적기라고 하는 5월 그 어느날 구름도 없고 습도도 낮은 최적의 조건을 갖춘 날이 그리 많지 않은데 바로 오늘이 그랬다.
집에서 25km 정도 떨어진 안반데기는 무더운 여름에 와도 시원한 기운이 반기는 곳이다. 한낮 30도에 육박하는 온도에 비하면 이곳의 지금 시각 새벽 3시30분은 얼음골에 버금간다.

그러고 보니 은하수 촬영의 첫시도가 되는 날이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기도 전부터 밤하늘 별빛이 그리도 고왔는데 막상 언덕을 지나 꼭대기 근처에 올라오니 젊은 연인이 별지시기를 켜고 열심히 은하수 촬영을 한다. 쏟아져 내리는 저 별무더기를 카메라에 가득 담아보고 싶지만 장비의 한계에다가 경험마저 없는 현실에서 그리 큰 기대를 갖긴 어려워졌다.

이번에 바꾼 스마트폰을 거치하여 전문가모드로 나름 설정해 찍어보니 올라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어느덧 연인도 떠나고 나만 홀로 남아 어둠과 적막의 공포와 싸우고 있지만 지지고 볶는 일상에서 벗어나 이 아름다운 곳에 와있다는 것만으로도 당장 행복한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