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접사

[강원 강릉] 빛 고운 날의 주문진항, 등대

인생은 아름다워77 2020. 10. 9. 13:10

제법 씰쌀해진 닐씨 탓에 옷장 구석에 넣어둔 추동 옷들을 꺼냈다. 봄과 여름을 지내는 사이 살이 많이 빠졌는지 입은 옷이 살짝 흘러내렸다.

2020년 올해는 연초부터 계획한 계획들을 많이 잠재웠고, 한가한 듯 바쁜 일상을 접하고 나서는 무슨 일을 해도 쉽지 않았고 뜻한 일도 제대로 되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졌다는 생각이다.

바다를 자주 찾는 이유는 삶에서 짊어진 무게를 내리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적당한 블편함 몇 가지 정도는 일상에 매달고 사는 것이 인생일진대 버리거나 주워담아아야겠다는 바람은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다만 일렁이는 파도가 다가 왔다가 스스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려놓는 자연의 순리가 느껴져서였다.

욕심을 가지고 그 무엇 하나라도 뺏기지 않고 더 많은 것을 취하려는 생각들, 행동들을 익히 많이 봐왔다.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얻은 것이 없고 이룬 것이 없음을 느끼게 될 땐 어쩌면 우리는 모든 것을 비우고 내려 놓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흐릴 것 같았던 하늘이 밝게 빛나는 모습을 보고 서둘러 주문진으로 향했다. 지나는 배들의 안내자이자 인도자인 등대를 담고 싶어서였다.

구름 사이로 하늘이 열려 등대를 비출 무렵 세상은 달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