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접사
수련
인생은 아름다워77
2011. 5. 31. 01:15
작은 연못 위로 수련이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밉니다.
어제만 해도 뉘엿뉘엿 해따라 고개를 꺽고는 한껏 부끄러운 속내를 감추더니 이른 아침 해가 나기 무섭게 그 속살을 드러냅니다.
하나하나 고운 빛깔이 어찌나 눈에 그리도 곱게 밟히는지요.
비록 사람의 손이 탄 연못이지만 작은 계곡으로 실개천이 흐르고 그 가운데에는 작은 석조 아동상이 늘 오줌줄기로 주위를 적셔 줍니다.
곱게 스며든 빛이라도 담아볼라치면 늘 좋은 자리가 악재로 나곤 합니다.
그 모습 담자고 맨발로 풍덩 연못 속으로 뛰어드는 건 제 욕심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스운 이야기지요.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연못을 지나던 아이들도 이젠 아침이면 이 연못가를 지나 작은 속삭임을 해주고나서야 직성이 풀리나 봅니다.
이른 아침 경운기 소리에 햇살 담뿍 받은 동네 어르신들은 분주한 손을 놀리시느라 바쁜 하루의 시작임을 능히 가늠할 수 있습니다.
청명하던 새소리도 요즘은 뜸해졌습니다.
언제고 그 청명함에 놀라 녹음이라도 해보려 생각도 해보았지만 어쩌면 쉽게 잊혀지지나 않을까 싶어 고히 가슴에 묻어두었습니다.
8시가 조금 넘어 모산봉 자락에 열려진 새아침의 시작은 이렇듯 늘 청명하기만 합니다.
[강릉 모산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