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접사

대설

인생은 아름다워77 2011. 2. 15. 00:53

첫눈이라면 늘 설레는 마음이 앞서는 것일까?

지난 주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처음엔 어찌나 기다려졌던지.....

소담하니 세상을 살짝만 덮어 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올 농사를 위해서라면 조금은 충분히 내릴 필요도 있겠다 싶었건만

예상을 빗나간 눈발이 더욱 거세졌다.

자정을 넘어선 시각 친구와 야음을 빌어 차 한잔과 더불어 심야 설경을 좀 담아보려 했었지만

예상치 못한 눈발의 기세가 허리춤 이상으로 쌓여져만 갔고

눈의 육중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해송이 근처에 여기저기 부러져 있었다.

오도가도 못하는 사면초가의 심정.

뒤론 커다란 해송이 가로로 누워 뒤로 가지 못하게 하더니

힘써 앞길 눈을 치우며 연실 삽질을 해대었건만 10여 분이 지나기도 전에 또 한그루의 나무가 쓰러져 버렸다.

이젠 정말 이도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다행히 주말을 낀 덕분에 집에 돌아갈 엄두는 나지 않고 근처 모텔에서 친구 녀석과 하루를 지새운다.

밀린 이야기도 나누고 커피도 한잔 하며 거센 눈발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언제고 우리가 이랬어나 싶은 것이 옛 생각이 절로 떠올랐다.

[아이들 데리고 집으로 가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