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바위들이 꽤나 운치있게 자리한 곳입니다.
어느 한 여름 날 저녁 젊은 청춘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저 모래펄이 보이는 한적한 귀퉁이에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속삭이고 있었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때도 휘어청 뜬 달이 꽤나 인상적이었었지요.
바람은 없었지만 그다지 덥지는 않은, 그래서 아마도 그 자리를 벗어나기 싫었던지 무척이나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주문진을 돌아 다시 그 자리에 왔을 때에도 미리 본 모습 그대로 대형을 유지한 채 그곳에서 젊음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는 한참이고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를 머금었었던 기억이 납니다.
친구에게 부탁을 할 겸 나간 자리에서 밤하늘에 떠오른 달이 제법 묵직하고 보기좋게 떠올라 있었습니다. 동쪽 바다 근처에서 은은히, 그러면서도 꽤나 인상적으로 떠올라 그 모습을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 오늘은 영진으로 달려보는거야.'
달빛 아래 분위기를 음유할 사람들이 꽤나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바다는 음산함만 가진 채 외로운 작은 바위들과 벗하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여행을 온 듯한 등산복 점퍼를 걸친 중년의 부부를 제외하고는 바다를 바라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늘은 은근히 달싹한 카페모카가 한 잔 생각나는 날입니다.
따뜻한 느낌과 생크림에 오른 달짝지근한 초콜릿 향이 오늘은 참 멋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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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길게 늘어선 둑방의 한 귀퉁이에 앉고 보니 어느새 그 중년부부도 가버리고 주변엔 아무도 없습니다. 듬성듬성 자리빈 주차장이 조금은 오래도록 머물러 있을 수 있도록 그리도 한가할 수 없습니다.
달빛은 여전히 그 자태가 곱고 바람은 역시나 세지 않습니다.
머리칼 한 줌 제대로 넘기기 쉽지 않은 미동은 포근한 가을의 어느 밤을 연상케 합니다.
길을 거슬러 되돌아가는 바다 귀퉁이에 바닥이 훤히 보이는 투명함과 깨끗함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잠시나마 접으려고 했었던 사진기를 힘겹게 꺼내 봅니다.
가진 재주라곤 아무것도 없는 자신이기에 이것 마저 놓아버리면 모든 것을 잃어버릴 것만 같아 잠시 고민에 빠져 봅니다.
그러고 보니 차에 두었던 삼각대를 한참이나 찾게 되는군요. 분명 트렁크에 있어야 할 것이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아~뒷자석에 있었지. 후후.
짧은 시간 긴 여운이 느껴지는 고즈넉한 밤입니다.
20년이 지나 버린 그 청춘의 언덕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풍경이라도 담아보니
누가 보면 청춘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오늘만큼이라도 잠시.............
그다지 길지 않아도 좋습니다.
혼자라도 좋고 누구라도 함께 해도 좋을 듯한 느낌입니다.
안목을 지나 흘려 들었던 한 무명가수의 노래가 들려옵니다.
몇십분전 그곳을 지나 꽤나 멀리 떨어진 이 작은 바닷가에서
흘려들었던 노래라도 한곡 흥겹게 콧노래를 불러보니
누가 보면 청춘이 아닌,
내 스스로가 청춘인 줄 그제서야 느꼈습니다.
[강릉 영진] 회상의 끝자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