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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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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 안다고 생각지 말고 들었다고 생각하라 푹 쉬었다고 느끼다가도 이른 아침부터 부은 눈을 보면 간밤에 기억 못할 꿈이라고 꾼건가. 청량한 공기가 미처 깨지 아니한 몸을 슬며시 깨워주는 시간, 주변에 퍼진 안개에 잠시 취해 보았다. 흔해 보이지만 그래도 늘 반가운 데이지꽃이 만발한 화단길 옆으로 오늘의 아침을 열어본다.
[2일차] 선후를 바꾸니 보이는 세상
[1일차] 새로운 만남, 그리고 그 여정의 시작
비오는 날 비가 제법 내립니다. 오락가락하는 내리는 폼이 어째 제 마음같기도 합니다. 자주 오가는 길은 아니어서 낯선 길이라 하겠습니다. 낯선 길에 서서 잠시 고개를 들어 봅니다. 머얼리 보이는 빗살과는 달리 바로 눈 앞 빗방울은 마치 눈덩이 같습니다. 안약이 막 떨어져 눈에서 일어나는 무조건반사와 같은 깜박임에 잠시 놀래 봅니다. 맞아보니 나름 괜찮습니다. 생머리였을 땐 비맞은 생쥐 꼴이 영 눈에 차지 않았지만 퍼머를 하고부터는 눈비를 제법 맞아도 큰 신경이 쓰이지는 않습니다. 여고생으로 보이는 한 학생이 잰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고부터는 이 보도블럭 위로 지나는 이를 보질 못했습니다. 오래 머무르지 않아 그랬던 것이겠지요. 준비한 우산을 펼치려다 오늘만큼은 슬며시 내려 놓습니다. 오늘 우산은 선생님이 그날그날 ..
연수 19일차 ~ 만남 그리고.... 이른 아침 담배 한 개비는 그나마 살려둔 아침의 생기를 푹 가라앉힌다. 홍삼엑기스 한 포도, 종합영양제 두 알도 늘상 이루어지는 첫 담배의 여파를 이기지 못한다. 상대가 안되니 이미 패배다. 언제고 끊겠다고 수없이 다짐해보건만 여느 다짐과는 달리 그다지 오래도록 지켜내질 못한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연수원에 도착을 하고 나면 늘상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 작은 연못에 놓인 어리연과 수련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노랑 어리연은 당신답게 그 담백한 맛을 물바닥에 잔잔히 내리깔고, 연노랑수련은 그늘 아래 진득한 자취를 남기고 있다. 아침에서야 그 고운 자태를 뽐내기에 서둘러 만나러 가보지만 늘 그 시간은 쫓기는 탓에 좀 촘촘히 살펴보기는 쉽지가 않다. 찬은 많은데 입맛에는 조금 덜 맞는 점심식사를 서둘러 마치..
연수 18일차 ~ 구름 좋은 날 강의를 듣다 보면 내용 자체에 빠져 즐겁게 들을 수 있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분명 의미있고 재미있는 강의임에도 불구하고 강사의 표정과 억양, 모션에서 왠지 모를 어색함을 느끼곤 한다. 목소리에 진실성이 담겨 있음에도 와닿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억양과 표정 때문이다. 이른 새벽 잠 때문이었을까? 즐거움에도 즐겁지 않은, 좋으면서도 그다지 진실성이 보여지지 않는 이율배반적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은 그다지 서둘러 집으로 갈 필요는 없다. 아내의 대학동기 모임에 아이들도 포함하여 즐거운 시간을 갖기 위한 움직임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연수를 받는 곳으로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고, 난 서둘러 밀릴 길을 예상하여 바삐 그곳을 빠져 나간다. 법정 최고속도 언저리에서 그다지 막힘없이 도로를 ..
연수 17일차 ~ 비록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이제 이곳에서의 하룻밤을 자고 나면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펼쳐놓은 물건들을 챙기고는 가족이 있는 내 집으로 가야 한다. 문자로 알려진 딸아이의 체형교정의자를 받아 마무리 조립을 해야 하고, 아내의 열통을 치료하고자 구입한 컴퓨터도 당장 사용가능하도록 이것저것 설치를 해야 한다. 그나마 세상이 편해진 관계로 그리 부산을 떨지 않아도 약간의 수고만 더하면 아주 요긴한 살림살이가 늘어나게 된다. 당장 다음 주면 이제 경우 적응을 마친 모텔생활도 마지막날이 될테고 제법 깔끔하게 만들어진 샌드위치에 아메리카노 한 잔, 삶은 계란을 더이상 먹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 생활이 지루해서였을까? 이 곳 인터불고에서의 생활이 제법 호화스럽다. 오늘은 이제 정이 좀 들었다 싶었던 분임원들과의 마지막 식사와 자정에 시작된 대..
연수 15일차 ~ 어느덧 어느덧 지리한 한여름의 더위와 어깨를 나란히 시작된 연수의 끄트머리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제법 긴 기간의 연수를 맞이한 것도 10년만의 일이기도 한데다 나름 뜻을 둔 소중한 결실의 연수라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면 가방에 옷가지들이며 잡다한 것을 챙겨 이른 새벽바람을 타고 서울로 향했었는데 이젠 그것도 고작해야 한 번 정도면 족한 시간에 다다른 것이다. 내게 있어 색다른 연수의 장에서 맞이하게 된 사람들. 시간에 쫒겨 겨우 도착을 하고도 가볍게 넘길 수 없었던 정물들. 변화와 혁신을 획책하는 다양한 환경들. 그 어느 하나 소홀히 여길 수 없는 관계의 선상에서 소중하고도 아름다운 경험들을 한다. 적어도 내겐 색다랐던 모든 것들의 본질을 따지기 전에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