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도록 잠을 청했다.
켜켜히 묵혀진 피곤기를 기껏해야 제법 긴 수면을 취했다고 가실 일은 아니었건만
괜한 기대만 앞섰던 것일까?
정오가 다 되어서야 눈을 떴다.
붓기 가득한 눈가로 덕지덕지 눈꼽이 배여 있다.
그래, 제법 긴 시간이었다.
무엇을 하고 있어서이기보다는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그렇게 발목을 잡고 있었나 보다.
속을 훌훌 털어버릴라치면 늘 찾던 곳은 바다였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철길 언덕 위로 있는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을 빼들고
조심조심 차를 몰아 차를 세우고는 절대로 끊지 못할 것 같은 담배 한 개비 피워물고는
조용히 지는 하루와 대면한다.
셔터를 누를라치면 조금씩 밀려드는 설레임과 눈에 보이는 것들이 조금씩 기지개를켜려 하니
어느새 어둠이 머물러 버린다.
너무도 오랜만이어서인지 돌아오는 길이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