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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접사

풍경을 그리다

골치 꽤나 아픈 정도가 아니라 뻣뻣한 뒷목을 타고 뒤통수 밖으로 엄청나게 진득한 통증이 밀려왔다.
뭘 잘못 먹기라도 했거나 신경쓰는 일이 있었다면 가까운 편의점에라도 가서 진통제 한 알 자기처방하면 될 일이었지만 이건 뭐 딱히 이유랄 것도 없이 그러니 온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워야 할 판이었다.
평소보다 많은 양의 음주탓이라고 하기엔 그 이유가 석연치 않았지만 애둘러 내린 처방은 숙취 후 따르는 두통이 아니었나 싶다.
가만히 누워있을 정도의 통증은 아니었던지라 참다 못해 새벽공기를 마시며 편의점으로 향했다.
통증도 그렇지만 목줄기를 타고 머리를 어지럽히는 이 답답함은 무엇인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말이 씨가 되었나 싶어 점심식사를 마치고는 의료원으로 달려갔다. 고작해야 진통제 알약 한 알을 끼니당 식후 30분에 해치워야 하는 간단한 처방전을 들고는 이참에 담배라도 근절해 볼까 싶어 금연클리닉센터에도 들렸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 자신에 대한 케어를 나름 꾸준하게 제공해주고 있었다는 착각에 빠져 작고 가녀린 몸 하나 간수하지 못한 일상이 떠올랐다.

누구를 위해서라기보다 우선은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이른 아침 능선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일들을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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