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속에서

일상같은 휴일

세상이 참 좋아졌다. 다녀오지 못한 낯선 여행지로 가상여행을 떠나고, 온라인으로 당장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가 하면 미처 해내지 못한 일은 집에서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애써 가보지 않아도 끊임없는 검색을 하다보면 어느샌가 난 그곳에 가있고, 사보지도 않은 물건의 용도를 알며 심지어는 멀리 가있어도 보일러를 켜고 집에 오자마자 저녁식사를 할 수 있게 원하는 시간에 밥을 지을 수도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모든 발달된 문명을 즐기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 바로 자본이다. 흔히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해진 세상인 것이다.

한때 아날로그 감성이 그리워 미리 얻어둔 LP판을 얹어 노이즈와 튐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에 황학동 만물시장을 돌며 사망 직전의 LP플레이어라도 하나 구해볼까 고심했던 적이 있었다.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어도 나름 힘들었던 시절의 부모님과 함께 경제성장을 꿈꾸며 우리 자식들에겐 이 지긋지긋한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던 그 시절이 지나 돈만 있으면 뭐하나 부족함이 없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참 많은 것이 변했다.

모처럼 홀로 사시는 어머니댁에 와서 우리 아이들이 그리도 좋아하는 삼겹살을 열심히 구워댔다. 음식을 잘 못먹으니 다른 사람들이 참 편하게 잘 먹는다.

식사를 마치고 30년이 지난 아파트 단지 주변을 걸어본다. 당장 내일 출근하면 해야 할 일이 버거워 오늘에라도 출근하여 해야 하나 싶기도 해서 산책하는 길이 그다지 즐겁지는 않다.

바쁜 일상, 삶은 풍요로워졌다지만 마음에 이는 서걱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세상. 한가로이 참새들이 떼지어 놀다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화단에 핀 꽃들도 한 달 뒤면 사라지고 없겠지만 적어도 살아있는 내내 그 아름다움을 간직하며 피어 있을 것이다.

주말이 되어도 피곤함을 달래기가 어렵고 이러다가 주말도 일상같은 날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아날로그를 꿈꾸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