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바다 위로 구름이 흐른다.
언뜻 불꽃같은 일몰을 본 듯하나 고개 너머 보이는 것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태세다.
방문객도 모두 떠나가 버린 작은 어느 어촌 마을.
커피 한잔 빼들었다. 오늘은 그다지 서둘지 않기로 했다.
북쪽 하늘 위로 보이는 구름을 과자삼아 커피 한잔을 하고 나니 나도 이미 고도이다.
작은 기암괴석이 눈앞에 펼쳐져 있고, 바다는 그리도 잔잔하다.
가끔은 눈에 띄던 낚시꾼도 보이질 않고, 비가 오려나 서둘러 널어놓은 빨래를 거두던 할머니도 어느샌가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마치 낯선 외로운 섬에서 고도와 같이 서있는 내가 고도 같다.
[강릉 안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