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 놓여진 수공예품, 즐비한 음식점 사이로 오가던 많은 사람들이 오늘은 그다지 많지 않다.
쌀알갱이 떨어지듯 신나게 내리고는 어느새 잠잠해지는 변덕스런 날씨 때문인지 사람의 마음 마냥 빗줄기도 바이오리듬을 탄다.
미리부터 점찍어 둔 보타이를 하나 살 요량으로 주변 매장으로 두리번두리번 시선을 건네 보지만 확감기는 것은 보이질 않는다.
도시정화사업이라도 하려는 걸까.
골목 새로 철거될 듯한 낡은 건물들이 힘없이 서 있고, 피막골 골목으로 손님없는 술집엔 의욕 잃은 주인이 고개를 떨구고 있다.
부부가 운영하는 술집에서는 미리부터 나오신 분이 음식이 맛있다며 호객행위를 벌인다.
음식점 호객행위의 진검승부는 역시나 맛일 터인데 그리 깨끗하게 보이지도 않는, 그렇다고 그렇게 구수하다는 느낌도 매우 덜한 그곳에 들어가기엔 그리 내키는 일은 아니다.
골목길이 끝나갈 무렵 허기가 몰려드니 이젠 어느 곳이든 들어가면 모두다 맛집일 터 막거리 한 잔에 구수한 밥이라도 먹어볼까 사람들이 모여있는 한 식당으로 들어선다.
평소 자극적인 맛은 진정한 맛이 아니다 느꼈던 이 시간 허기짐에 한 그릇 밥을 금방 비워 버렸다.
신맛이 싫어하는 나의 짧디 짧은 미각에 싸하게 들어오는 막거리 한 모금이 목줄기를 타고 식도를 지난다.
저녁 시간은 그야말로 자유시간이다.
쌈지길로 들어서며 뭐라도 하나 사려고 했건만 폐장시각이 지나니 삼삼오오 사람들이 빠져 나오고 멍하니 서서 시간만 확인하고는 지하철 역으로 향한다.
몇년 전 쏟아졌던 사람들은 오늘따라 온데간데 없다.
안국역 앞마당엔 버블아티스트가 지나는 이들을 끌며 자신의 솜씨를 뽐낸다.
늦은 시각이 아님에도 이 젖어 버린 도로 바닥에 발을 딛고는 힘없이 셔터를 내리는 상점 주인들.
그나마 대로에 놓인 술집엔 사람들이 모여 저마다의 이야기를 꽃피우며 인사동 그 정취를 좀 살려주고 있다.
아티스트의 어깨 위로 보이는 별다방은 이미 예전에도 검색을 많이 해본 터라 가보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낯이 익는다.
움푹 패인 도로 사이로 물이라도 튀길까 총총걸음의 사람들이 바삐 자기 갈 길을 간다.
분명 예전과는 달라진 듯한 인사동길.
그 인사동길에서 잠시 추억을 세운다.
뭐가 그리 바빴는 지 사람들 틈으로 서둘러 빠져 나갔었던 그때의 추억에 젖어 잠시 지하철 입구 앞에 머문다.
그리움에 왔다가 그리움 가득 안고 돌아가는 느낌.
적어도 오늘 인사동 길은 내겐 그랬다.
[인사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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