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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접사

강릉 안인진에서...

오래 전 일출의 즐거움을 맛보려고 찾아간 안인진은 오래도록 내 마음의 바다라는 느낌을 전해주는 명소이다. 여느 바다와 비교하여 딱히 차이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곳이기는 하지만 바닷물이 자주 드나들지 않는 곳으로 이끼가 자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제주도의 광치기 해안이 떠오른다.
안인진은 강릉에 속한 바다 중 이곳을 찾는 이들에겐 꼭 추천하게 되는 바다이다. 안인진은 주문진, 영진, 사천진처럼 바다와 인접한 항을 가지고 있는데 등대를 기준으로 작은 호수 안에 배가 놓여 있는 듯한 아늑함과 아기자기함이 있다. 낮은 기암괴석들이 놓여진 바위 위에서 낮게 드리워진 바다를 지나 멀리 정동진이 보이기도 한다.
제주도의 골칫거리처럼 알아야 오는 사람들이 놓아둔 쓰레기가 깍아놓은 바위 사이사이로 마구 버려진 모습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는데 오늘도 바로 그랬다.

혼자여행을 다니다 보면 시간적 여유가 있어 뚜벅이 모드로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게 되는데
매번 보기 싫은 장면을 보게 된다. 한때 중국인 관광객이 엄청나게 몰린 제주도도 그렇고 가볼만한 추천받는 관광지에 가봐도 그 어느 곳 하나 쓰레기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없었다.

아름다운 풍경은 그곳을 다녀간 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앞으로 다녀갈 사람들에게도 내가 마주한 이 아름다운 모습을 고스란히 안겨주어야 하는 것이다.

바람이 불어대니 바위 틈으로 버려진 종이컵이 몇 바퀴 구르더니 저멀리 내던져졌다. 먹다만 초장이 기울어진 틈을 내어 슬며시 빠져나온다. 나무젓가락이며 라면봉지, 담배꽁초가 주변에 가득하다.

누구의 소행인지는 쉽게 예상이 가는데 눈에라도 띄면 조용히 살펴보고 있다가 신고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안타까운 것은 행동의 변화가 아니라 의식의 변화일진대 어째 그것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인지......

그나마 아늑하고 포근해서 찾아오는 바다인데 안인진의 올 여름 모습을 짐작해보니 혀만 끌끌 차기에 바쁘다.

쯧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