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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접사

거제여행.. 신촌마을/소매물도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신촌마을은 모텔 주인에게 그나마 가까운 일출 장소로 추천받은 곳인데 애써 일어난 수고로움에 비해 날씨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해무도 아닌 것이 뿌옇게 대지와 바다 수면 위로도 먼지가 가득하다. 그래도 자리를 벗어날 즈음 그나마 해가 떠올라 아쉬움을 달래주기는 했다. 오늘 간 신촌마을은 그렇게 인상적인 장소라 여겨지지는 않았지만 자그마한 바다마을이 주는 정감 때문인지 다음에 한 번은 또 가고 싶기도 하다.
일출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장소로 알려져 있으니 한번은 꼭 들르라고 전하고 싶다.
거제에는 몽돌해변이 많이 있는데 신촌마을 근처의 능소몽돌해변은 그다지 인상적인 풍경이 아니었다. 학동몽돌해변처럼 규모가 크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근처에 쉬면서 여유를 누릴만한 공간이 따로 보이지 않는다. 제주도와 비교하여 느끼는 차이가 바로 이것이다. 일출을 기면 보통은 피곤한 상태에서 가기 마련이라 진사들이 지주 찾는 곳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해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마을 이정석이 서있는 바로 앞 샛길을 따라 내려가면 저만치 앞에 보이는 섬을 배경으로 일출을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숙소로 들어와 드론 배터리를 급히 재충전하느라 저구항에서 출발하는 11시 소매물도행 여객선을 놓치고 말았다. 주말이라 두어 편이 증선된 것 같은데 그나마 허기를 달래고 낙낙히 해안선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여행을 가면 여유있게 다니자고 스스로 알마나 다짐을 하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 바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바람도 많이 불고 날씨도 많이 흐려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위안하며 소매물도에서의 여정을 대략 그려보았다.

거제도 여행의 백미 중 하나가 바로 소매물도 여행 아닌가 싶다. 믾은 분들이 통영에서 출발한다고 하는데 사실 거제 저구항에서 출발하면 운행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새우깡을 던져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과 한 배에 오르니 나도 덩달아 즐겁다. 처음 혼자여행을 계획하여 실행에 옮겼을 때 느꼈던 낯설음은 이젠 온데간데 없이 오히려 별다른 준비없이 떠나는 시간에 푹 젖어 버렸다.

소매물도 선착장에 내리면 등대섬으로 가기 위해 두 가지 코스로 나뉘어져 있는데 시간 여유가 그리 많지 않게 느껴져 급한 경사로가 놓인 짧은 코스를 선택했는데, 시간은 약간 줄어들었어도 그 고생이 배가 된 느낌이다. 숨이 턱밑까지 오르는 경험을 하고 나니 다음에는 아예 느긋하게 첫배를 타고 왔다가 늦은 배 티고 나가는 시간대가 좋을 것 같다.
경사도 30도가 넘는 길이 내내 이어지고 온통 돌계단이며 나무계단이 길을 안내했다. 형제처럼 마주하는 소매물도와 등대섬으로 이어지는 바다가 열리면 누구나 할 것 없이 힘든 기색을 감추고 열심히 전진하여 올라가지만 난 시간도 부족해 보이고 피곤도 하여 갈림길에서 되돌아 섰다.

그길을 최대한 빨리 걷느라 생긴 온몸의 땀내가 진동을 했지만 그래도 나름 잘 다녀왔다는 안도감과 새로운 도전을 기약하게 된다.

누구에겐 아무 것도 아닌 코스일 수 있겠지만 저질체력에 운동이라곤 꿈도 꾸지 않았던 내겐 색다른 경험이었다.


























혼자 먹기에 양이 믾은 것 같아 멍게로만 만원어치 부탁을 드렸다. 술을 잘 마시는 편도 아닌데다 운전까지 해야 해서 그 향을 술 삼아 먹으려 했더니  근처 매점에서 초장을 사와야 한댄다. 말씀을 잘 못하시는 할머니의 익숙한 손놀림에 멍게가 잘 손질되고 미리 깨둔 굴을 너덧 점 덤으로 주셨다.


거제에서 가장 유명한 몽돌해변으로 학동몽돌해변이 있다. 검은 몽돌이 파도와 만나 자잘한 소리를 낸다고 하는데 소매물도를 빠져 나온 시각이 벌써 5시가 지나버렸다. 500킬로미터의 긴 거리를 운전해야해서 이번 거제여행은 여기서 마무리 했다.
네비를 켜고 집을 찍어 목적지로 정했더니 510킬로미터 정도 걸린댄다.

몸은 점점 피곤해지는데 정신은 또렷해지고 힘이 솟는 것을 보니 그래도 즐거운 혼행길이 아니었나 싶다.

이제 달려야겠다.